2012년 3월 22일 목요일

억지로 하는 것의 문제


지난 주말, 아들이 경기도 유명산과 중미산 산골길을 달리는 로드 싸이클이 취미인데 써포트 카Support Car라고 해서 싸이클 선수들의 물과 먹을 것을 싣고 뒤나 앞에 가다가 부르면 잠시 멈추고 내주는 역할을 부탁헤서 다녀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 킨텍스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같이 출연한 <북 TV 365> 방송 참여 때문에 싸이클링 일정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옮기게 돼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모두 못 오게 돼 제가 대신 동반자가 되어 준 것이지요.



북 TV 365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아들 그리고 나(우)  두 명의 학생 MC(좌) 


저는 아들과의 대화 공감대를 유지하기위해 아들이 원하면 아들의 취미생활에 가급적 참여를 하는 편입니다. 로드 싸이클링Road Cycling은 유럽인들의 스포츠여서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에서 열리는 로드 싸이클 대화 중계방송을 자주 보다가 유명 선수들이 이름과 특성, 코스별 난이도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산레모까지 295Km를 하루 만에 달리는 경주 중계방송을 보았습니다. 그 방송을 보며 억지로 하는 것의 괴로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크 카벤디쉬 Mark Cavendish라는 영국 국가 대표 선수 때문입니다. 



우승하던 때의 카벤디쉬 



영국은 로드 싸이클 대회 후발 주자여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2011년에 카벤디시가 몇 개 대회 우승을 휩쓸어 국민들의 로드 싸이클 사랑을 고조시켰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인 것 이상으로 영국 국민들의 사랑과 싸이클 종목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요. 그런데 카벤디시는 국가대표로서 너무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는지 최근의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싶다고 말하곤 했답니다. 불행히도 국가 대표는 싫어도 모든 싸이클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것은 즐겁지 않습니다. 
 

카벤디시는 억지로 금년에 열리는 모든 싸이클 대회에 나와야 했지요. 싫은데 억지로 나와서인지 카벤디시는 2012년 밀라노 산레모 대회에 나와 국가 대표답지 않게 하위권을 맴돈 것은 물론 자전거를 타는 내내 헉헉 거리더군요. 싸이클링의 경우 국가 대표 선수는 복장에 모국을 상징하는 국기나 색상 등의 특별한 것을 입어 눈에 아주 잘 띕니다. 중계 방송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그가 하기 싫은 티를 너무 낸다며 비난하고 카메라가 그의 헉헉거리는 모습을 자주 클로즈 업 하더군요.


억지로 하는 것은 항상 머리를 아프게 하지요. 
 



인터넷으로 중계방송을 함께 보던 우리 아들이 “엄마 한국 애들이 부모님이 공부 하라고 조르면 지금의 카벤디쉬 같은 심정일 거예요. 국가 대표 선수도 제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 저렇게 속도도 못 내고 자기 관리도 안 돼 배도 나와 보이는데... 학생들은 오죽 하겠어요? 엄마가 저에게 하기 싫다는 것 억지로 안 시키셔서 너무 감사해요” 라고 말하더군요.


정서를 남기는 것은 중요하지요. 
 


“ 엄마도 외할머니가 하기 싫은 일시키시면 정말로 하기가 싫었거든” 이라고 대답하며 같이 웃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억지로 공부하며 카벤시쉬처럼 “잘할 줄 알았더니 그게 뭐냐?”며 욕먹는 애들이 참 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은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며 뭐든지 참고 견디면서 살던 가난한 시절을 그만 놓아 버리고 하고 싶은 일만 해도 잘 살 수 있는 국격에 맞추어 살 수 있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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